하회탈에 대하여

하회탈은 12세기경인 고려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탈로 우리나라의 탈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가면의 사실적인 표정과 뛰어난 제작기법은 고려인들의 탁월한 예술적 능력이 충분히 발휘된 세계적 수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동물형상의 주지(2개)와 각시, 양반, 선비, 중, 백정, 초랭이, 할미, 이매, 부네, 총각, 별채, 떡다리 등 13종 14개가 있었다고 전해지나 언제부터인지 별채, 총각, 떡다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회리에서는 이들 탈을 신성시하여 평소에는 동사 등에 따로 보관했다가 별신굿이 벌어질 때만 꺼내어 놀았다. 특히 각시탈은 서낭신을 대신한다고 믿어 별신굿 때 외에는 볼 수가 없었으며, 부득이 꺼내볼 때는 반드시 산주가 고사를 지내야 했다. 신성가면의 특징이라 하겠다.  

오리나무로 정교하게 조각한 다음 두 겹, 세 겹 옻칠을 한 하회탈은 조형미와 구성이 다른 탈에 비해 뛰어나다. 특히 양반, 선비, 중, 백정 등은 턱을 따로 만들어 끈으로 연결함으로써 대사전달이 분명하고 표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할미, 초랭이, 부네, 각시의 경우 턱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높낮이와 얼굴선의 조화로 인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탈은 신령스러워 탈을 쓴 광대가 웃으면 탈도 따라 웃고, 탈을 쓴 광대가 화를 내면 탈도 따라 화낸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양반탈의 인자함과 호방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지배계급의 허세를 느낄 수 있고, 선비탈의 대쪽같은 표정 이면에는 권력을 갖지 못한 억눌린 한이 서려있다. 중탈의 엉큼한 표정과 초랭이탈의 장난끼어린 모습이나 이매탈의 바보스러운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각시탈에서는 성황신의 위엄을, 부네탈에서는 애교어린 끼를 느낄 수 있으며, 할미탈에서는 한 평생 어렵게 살아온 우리네 서민들이 한이 서려 있다.
이와 같이 하회탈의 표정에는 이 땅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의 숨결이 배어 있고 탈놀이에는 풍요다산을 기원하며 액을 막고 복을 맞이하는 조상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회탈은 하회마을에 보관되어 오다가 1964년 국보 제121호(병산탈 2개 포함 12종 13개)로 지정되어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 주   지 [사진]

주지는 사자(獅子)를 단순화시킨 것으로 목판 아래쪽에 딱딱이 모양의 입을 달고, 위쪽에는 꿩털을 꽂아 갈기를 나타낸다. 주지놀음은 잡귀를 물리쳐 놀이판을 안정시키고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각   시 [사진]

놀이에서는 성황신의 현신(現紳)으로 등장한다.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표정이나 입은 힘을 주어 꾹 다물었고 눈은 살포시 아래로 깔고 있다. 이는 새색시가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속으로 삭이는 표정으로 볼 수 있다. 머리타래는 오른쪽은 뒤로, 왼쪽은 앞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은 새색시의 조용한 발걸음으로 인해 얼굴의 움직임은 없고 머리타래만 움직이는 얌전한 형상으로 볼 수 있다.

○ 초랭이 [사진]

놀이에서는 양반의 종 신분으로써 대체로 경망스러운 표정이며 또한 비뚤어지고 옥 다문 입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볼 수 있다. 이마가 불거진(앞짱구) 것은 윗사람과의 의견이 맞지 않는 고집불통의 상이며, 코가 짧은 것은 성질이 조급하다는 상이다. 이는 놀이에서 자기의 상전인 양반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역할로 나타난다.

○ 이   매 [사진]

전설의 내용처럼 턱이 없는 채로 전하며 놀이에서는 선비의 바보스러운 하인으로 등장한다. 얼굴의 형상은 코가 비틀어져 있으며, 눈꼬리가 아래로 쳐져 있다. 이것은 관상에서 사지 중 어느 한 부분이 틀어진 것으로 보며, 아래로 처진 눈꼬리는 순박한 상으로 본다. 또 입의 웃는 모양은 바보스럽기도 한 반면 순박해 보이기도 한다.

○ 백   정 [사진]

대체로 심술궃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 살생을 할 수 있는 듯한 험악한 표정으로 나타나고, 뒤로 젖히면 살생으로 인한 죄의식 때문에 미쳐버린다는 실성한 웃음으로 나타난다. 관상학적으로는 각형(角型)의 얼굴은 몸이 건장한 상으로 보며, 비뚤어진 이마는 성질이 불량하고 잔인성이 있다는 상이다.

○ 할   미 [사진]

얼굴의 형상은 정수리는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고, 아래턱은 앞으로 뾰족하게 나와있다. 이는 천복도 없고 말년이 박복할 상이다. 또 코에 살이 없는 것도 일평생 가난할 상이다. 동그랗게 돌출된 눈은 산전수전 겪은 할미의 강인한 표정으로 볼 수 있다. 동그랗게 뜬 눈이 힘이 없어 보이고, 이가 빠진 입모습이 허기져 보이는데, 한평생을 어렵게 살아온 노파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    중    [사진]

얼굴 표정에 있어서 능청스러운 웃음이 있다. 눈은 초생달처럼 둥글게 생겼고, 아래 눈두덩이에 주름이 있다. 관상에서 전자는 호색가상이라 하고, 후자는 자식 인연이 없는 수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상은 놀이에서의 중의 역할과 일치한다.

○ 양   반 [사진]

하회탈 중에서도 대표적인 탈로 가면미술의 극치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표정이다. 조형적인 면에서 볼 때 얼굴형에서부터 눈썹, 코, 볼, 입 등이 대단히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양반은 냉수 마시고도 이빨 쑤신다."라는 말처럼 허풍스러움과 여유스러운 표정이 복합되어 있다. 턱은 분리되어 끈으로 매달아 놓음으로써 고개를 젖히면 박장대소하는 표정이 되고 숙이면 입을 다문 화난 표정이 된다.

○ 선   비 [사진]

통속적인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불만에 찬 표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선비의 위엄과 선비답지 못한 거만스러움도 함께 묘사되어 있다. 얼굴형은 역삼각형으로 이는 관상학적으로 볼 때 치밀한 두뇌와 복잡한 심사를 지닌 상으로서 선비의 상으로 합당하다. 관골이 발달함도, 콧날 끝이 넓은 것도 선비상으로 본다. 또한 눈썹이 곤두선 것은 뭔가에 대한 노기 찬 표정으로 볼 수 있다.

○ 부   네 [사진]

전통사회에서 갸름한 얼굴, 반달같은 눈썹, 오똑한 코, 조그마한 입은 미인의 상으로 여긴 얼굴이다. 눈과 작은 입에는 가벼운 웃음기가 있는데, 이것은 관상에서는 바람기 있는 상이며, 반달같은 눈썹은 예능을 타고난 상이다. 볼은 굴곡 없이 대체로 평평하며, 검게 채색된 머리는 양쪽 귀밑가지 차름하게 내려져 있다. 놀이에서는 양반, 선비의 소첩 혹은 기녀의 신분으로 등장한다.

● 도움받은 자료
○ <하회탈과 하회탈춤의 미학>, 안동문화연구소, 사계절, 1999
○ 한국의 탈 (
http://www.koreandb.net/mask/mask_index.htm)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자료집
○ 하회동 탈박물관 하회탈 자료, 김동표
○ 진주탈춤한마당 자료집 1996-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