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작고, 힘없는주인공들인 안도(安道)나 꾀수의 원망은 소리나게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화된 사회, 바로 그것입니다. 과장된 비유, 걸직한 사설, 기상천외한 풍자와 해학의 뒤에 오는 것은 바로 이 작은 형제들의 조그만, 그러나 간절한 소망인 것입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이 '작은 형제'에 대한 조용하면서도 끈적끈적한 사랑에 찡한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담시들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땅, 우리 시대에 있어 우리 형식, 우리말로 된 훌륭한 묵상자료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담시 녹음 테이프가 지닌 문화적 의의

1970년 발표되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 우리민족의 저 빛나는 판소리의 미학을 창조적이고도 천제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김지하의 담시 "오적"을 비롯하여 "똥바다" "소리내역"등은 오랜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 지하로만 맴돌다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 완전한 복권을 이루게 된다. 실로 첫 담시 五賊의 발표이후 거의 4반세기 만에 화창한 햇빛을 보게 되는 김지하의 탁 트인 현대적 창작 판소리인 담시의 이 테이프 및 음반은 독재정권에 탄압 받고 유실될 뻔한 김지하 담시의 역사적 복권을 알리는 첫 계기이자 우리민족의 전통 판소리의 탁월성을 자랑스럽게 확인케 하는 그야말로 민족문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거대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다 지난 1980년대 국내외에서 모두 160여 회에 걸쳐 담시공연을 가짐으로서 담시의 예술적 위대함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 출중한 소리꾼 임진택과 뛰어난 고수 이규호에 의해 판소리로 불린 이 테이프 및 음반을 통해 많은 대중이 판소리와 담시의 예술적 위대함을 깨닫기를 바라며 이러한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 작업이 여러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동참을 통해 널리널리 확산되고 심화되어가길 바란다.

담시란 무엇인가

담시란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나아가선 적 요소와 서정적요소 , 서사시적요소가 뒤섞여 있음에 그치지 않고 결정적으로는 그 모든 요소들을 작품의 바탕에서 떠받쳐 주는 핵심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소리"이다 (그리하여 담시는 소리꾼의 요소가 강한 광대에 의해 구연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이러한 담시가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저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음은 지극히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담시는 그러므로 김지하가 개척한 창작판소리라고도 일단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통 판소리가 "소리"위주로 定型化되어 온 것에 비하면 담시는 극적인 요소와 그밖의 많은 현대적 장르 요소들을 수용함으로서 결국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 김지하의 표현을 약간 변용한다면 -화엄적 장르)가 바로 담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와 시, 극과 노래,    과  가 자유로이 혼용되는 장르라는 점에서 담시는 턱월한 "열린 장르"이며 담시는 그 본질상 창조적 시인,작가,연출가,배우,광대, 소리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장르이기도 한 것이다. 실로 첫 담시 오적이 발표된 이래 거의 4반세기가 흐른 오늘에 와서야 온전이 햇빛을 보게 되는 이 자랑스런 민족 장르가 이땅에 깊숙이 뿌리내려 민족의 뜨거운 사랑속에 자라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담시 사설 줄거리 요약

오적 - 전통적 해학과 풍자로 짜인 첫 담시

담시 오적(五賊)은 70년대초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을 을사보호조약때 나라를 팔아먹은 오적(五賊)에 비유하여 부정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권력층의 실상을 고발,풍자하고 있다. 제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이라 이름하는 짐승스런 몰골의 다섯 도둑들이 서울장안 한복판 도둑소굴 때에서 벌이는 부정부패의 술수경연과 호화사치, 방탕한 생활은 시인의 통렬한 풍자를 통해 그 흉폭하고 타락한 실상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또한 부정부패를 척결한답시고 나선 포도대장(경찰 또는 사법부의 비유)은 무고한 민초(民草) "꾀수"만 닦달할 뿐 정작 오적의 주구(走狗)임이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그러나 시인은 어느 맑게 개인 날 오적의 무리들이 벼락을 맞아 급살하고,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부패권력의 비극적 종언을 무섭고도 통렬하게 경고하고 있다.

소리내력 - 비장한 풍자미와 비극적 그로테스크가 압도하는 담시의 명작

소리 내력(來歷)은 세 부분으로 묶인 담시"비어(蜚語)의 첫째 대목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작고 힘없는 민중 안도(安道)는 열심히 뛰어 서울에서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지만 돈없고 학벌없고 "빽"없는 그는 어느 한 모퉁이 발붙일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부와 권력이 지배층에 독점되어있는 암담한 현실이 안도(安道)의 발길을 곳곳에서 막았던 것이다. 지치고 지쳐 내뱉은 "에잇 개같은 세상" 한마디 때문에 유언비어 유포죄로 독재권력에 체포된 안도는 5백년간의 금고형(禁錮刑)에 처해져 목과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독감방에 갇힌다 그러곤 서울 장안에 언제부턴가 "쿵-" "쿵-"하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오니 원한에 사무친 안도(安道)가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몸뚱이를 굴려 벽에 부딪는 소리였던 것 그 소리에 겁먹은 지배층은 안도(安道)를 사형시키지만 "쿵-" "쿵-"하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밤낮으로 끝없이 들려와 돈있고 힘있는 자들을 공포에 떨게한다는 이야기다

○ 똥바다 - 그로테스크와 코믹이 잘 어울리는 담시의 수작  [사설]

'똥바다'는 집안 대대로 똥과 조선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고 설욕의 날을 기다리는 현해탄 건너 일본국의 맹랑한 왜놈 분(糞)씨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 한일협정 이후 다시 노골화되기 시작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재지배 야욕을 통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분씨 삼촌대는 '한일친선 민간방한단' 속에 은밀히 끼여들어 한국의 독재적 지배권력의 적극적인 협조와 비호 아래 마음껏 한반도를 유린하지만 스스로가 만든 똥바다 소에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김지하 (본명: 金英一 )

1941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출생. 1959년 입한한 뒤 1966년 졸업 때까지 서울대 미학과 에서 수학핟. 1964년 대일(對日) 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 첫 투옥, 이후 1980년의 출옥 때까지 투옥, 재투옥을 거듭하며, 장장 8년여 동안 영어(囹圄)의 세월을 보낸다. 이 고난 속에서도, 1963년에 첫 시 「저녁 이야기」를 발표한 이후, 「황톳길」계열의 초기 민중 서정시와,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판소리 가락에 실어 통렬하게 비판한 담시(譚詩) 「오적(五賊)」계열의 시들, 「빈산」「밤나라」등의 빼어난 70년대의 서정시들, 그리고 80년대의 '생명'에 대한 외경과 그 실천적 일치를 꿈꾸는 아름답고 도저한 '생명'의 시편들을 생산하다. 1975년에는 '제3세계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로터스 특별상'을, 1981년에는 '크라이스키 인권상'을 수상하다. 첫시집 『黃土』(1970)를 비롯, 『타는 목마름으로』(1982), 『검은 산 하얀 방』(1986),『애린』1· 2 (1986),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벌밭을 우러르며』(1989), 대설(大雪 ) 『남(南)』(1982, 1984, 1985) 등의 시집과, '생명 사상'을 설파한 산문선집 『생명』(1992), 『옹치격』(1933), 『동학 이야기』(1994) 등이 있다.

● 소리꾼 임진택

소리꾼 임진택은 김지하의 담시에 관심을 쏟으면서, 담시의 실연의 중요성을 인식, '오적' 등 담시를 창(唱)하기 위해 판소리를 오랫동안 습득하고, 마침내 1974년 12월 31일 명동성당에서 '소리내력'을 첫 강창(講唱)하니, 이로써 김지하 담시의 역사적인 첫 구연이 이루어진다. 소리꾼 임진택과 뛰어난 고수인 이규호는 전통 판소리의 비현대성과 박제성을 극복하려 한 '살아있는 판소리꾼'들로서, 그들은 국내외에서 모두 160여회에 걸친 담시 공연을 통해 '창작 판소리'인 김지하 담시의 예술적 탁월성을 널리 알리고, 그럼으로써 판소리의 현대화 작업을 몸소 실천해 왔다.

● 도움받는 자료
○ 김지하 창작판소리 <오적.소리내력(소리:임진택 고수:이규호>, 서울음반, 1993
○ 김지하 창작판소리 <똥바다(소리:임진택 고수:이규호>, 서울음반, 1993
○ <오적-결정본 김지하 시전집 3권>, 솔출판사, 1993